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음악

2019. 2. 14. 18:25


블랙미러의 새로운 시즌

저는 블랙미러 씨리즈를 새로운 시즌이 나오면 바로 그날 챙겨보는 블랙미러 매니아입니다.

새로운 블랙미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블랙미러’라는 제목만으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감상을 시작하던 중... 


아래와 같은 선택지가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인터랙티브 필름??

이제는 게임에서 어느정도 정형화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방식에 익숙해졌지만, 영화로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그것도 생각도 못한 상황에) 접한 것은 엄청난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넷플릭스에서 인터랙티브 필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장화신은 고양이>나 <마인크래프트> 등의 아동용 작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지만 사실상 감상하고자하는 저의 이목을 끌지는 못하였고 그런게 있구나 정도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청불 등급의 인터랙티브 필름은 넷플릭스에서는 이 작품이 최초라고 합니다. 진정한 어른의 놀이터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 6시간 이상을 계속 다른 선택지를 테스트해 가며 감상해봤고, 결국 모든 엔딩을 본 후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게임을 클리어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인터랙티브 필름의 음악이 어떠한 형태로 작곡이 되었는지에 대해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작곡가 브라이언 라이젤과의 인터뷰 글이 프로오디오 파일에 올라왔고

그 일부 내용을 직접 번역해보았습니다. (번역 주의)

브라이언 라이젤 :

밴더스내치의 모든 것은 달랐습니다!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대화형이고 계속해서 충돌/진화를 했기 때문에 수일이 걸린 대본을 읽는 것에서부터 수백 개의 단서를 전달하는 것까지 거대한 소닉 퍼즐과 같았습니다. 하나의 큐 / 씬에서 여러 방향으로 순조롭게 이동 한 다음 순열의 맨 위에서 순열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 다음, 물론, 모든 교차점, 한 경로에서 다른 경로로 연결된 음악적 조직이 있습니다. 저는 하나의 큰 줄거리를 따라가며 스코어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줄거리를 끝까지 스코어작업을 했습니니다. 약 5개의 꽤 완전한 스코어를 완성한 이후, 저는 다양한 주요 결과들을 작업했고, 그 다음에는 점점 더 작은 큐들을 작업했습니다. 제게는 경험이 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마치 제가 이전 장면의 음악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일종의 소닉 트리를 만들기 위해 조화 지도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 음조로 연결될 수있는 서로 다른 음악 경로로 가득 차 있지만 모두 개별적으로 스코어링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선택 포인트', '리맵', '플래시백', '비디오 게임', '마이크로 플레이' 테마를 위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231개의 Pro Tools 세션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한니발이나 어메리칸 갓즈와 같은 에피소드에서 저는 대여섯개의 세션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수년간의 세션 데이터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워크플로우를 탐색하기 위해 복잡한 색 구성표 파일 시스템을 만들어 스트림 내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서로서로 작용하는 다양한 단서들을 오디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가장 잘 연주될 수 있는지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 스코어를 몇 개 찍어서 전에 모듈형 음악을 실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음악이었습니다. 훨씬 더 영화적이고, 생리적이며, 무한히 더 복잡합니다.

평가

인터뷰 내용과 감상했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다면...

인터랙티브 음악의 배치는 선택지와 선택지 사이의 음악을 비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스코어 - 선택 포인트 - 스코어' 방식으로 각각의 음악을 페이드인아웃으로 매듭을 이어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번역문에서 다른 경로로 연결된 음악적 조직이란 스코어와 스코어 사이의 ‘선택 포인트’, ‘리맵’, ‘플래시백’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택에 시간 제한이 있으며 감상의 흐름이 이어져야하는 영화적인 특성 때문에 어쩌면 5개의 큰 결말 스토리와 세부스토리를 포함하여 총 10개에서 12개까지의 영화음악 작업을 진행했다고도 볼 수 있는 분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가능합니다.

인터랙티브 필름을 위한 음악 작업의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닌 단순히 '분량이 많이 늘어난' 음악 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도 않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글에 언급 되었듯 이전 장면의 음악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같은 뿌리에 근거한 유사한 음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들어갔으리라 봅니다. 완전히 다른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유사한 분위기로 음악을 베리에이션 하는 것이 말이 한 두개지 집념을 가지고 전부 다르게 만들려면 그 가짓수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번역문에서 231개의 많은 세션과 색 구성표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워크 플로우를 탐색해야 했던 이유 역시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음악의 전개가 이어지는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작곡 방식과 작곡자 특유의 완벽주의가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래의 분기점 다이아그램을 보면... 작업하다가 토가 나올지도..) 


재미있는 점은 시청자가 세이브를 통해 바로 전으로 넘어가거나 음악의 변화를 바로바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은 없는 셈이기에 이에 대한 부담은 덜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같은곡으로 땜방하고 분위기만 대충 맞춰서 날림으로 작업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고자하는 본인의 장인정신이 좀더 투여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정을 기꺼이 수용하고 반영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반드시 본받아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 : 가끔 선택 포인트 이후 같은 공간에서의 앰비언스가 끊기는 것과, 다른 선택지 음악의 잔향이 남아서 부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편집에서의 완성도에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총평 : 음악 자체와 구성으로는 나무랄 부분이 없는 훌륭한 작업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일터랙션 필름의 음악 작업에 레퍼런스로 삼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UBY Good Sound & Music

게임 그리스(GRIS)의 음악

2019. 2. 10. 16:43

 

그리스(GRIS)

“형,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꼭 해봐야 해요.”

친한 후배의 적극적인 게임 추천으로 그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게임 <그리스(GIRS)>. 사운드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추천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지친 머리와 가슴에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메모만 해두었다가 최근에야 시간이 나서 스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악과 사운드를 분석하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남들보다 두 세배는 걸리는 것이 기본인지라 제 기억으로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비교적 짧은 플레이 시간이었지만, 어느덧 황량한 사막에 단비가 훑고 지나간 듯 촉촉한 기분 좋음이 자리 잡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토리는 상처를 받은 소녀를 치유해 나가는 심리 드라마를 보는듯한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미쟝셴이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잘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움직임과 기체와 액체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웠습니다.

높은 프레임까지 지원이 되어 165Hz 지원 모니터로 플레이를 해보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음악은 말할 필요 없이 훌륭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 자체로 본다면 크게 특징 지어질 것이 없는 부분이나, 게임의 연출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음악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을 절묘하게 버무려 놓았습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포함이며, 특징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폭풍과 오르간 소리

소녀가 하얀 사막을 지날 때 붉은 폭풍이 일정한 주기로 몰려오는 타이밍에 오르간 멜로디가 연주됩니다. 이 폭풍은 소녀를 뒤로 날려 보내고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게임 내에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오르간의 멜로디는 붉은 폭풍의 타이밍에 정확히 재생 되며, 날카로운 악기의 음색과 연주법으로 게이머를 불안하며 초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폭풍 전후에 사용되는 배경음악의 코드와 일치하는 계산된 조화로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 됩니다만, 발매된 OST를 들어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폭풍우 멜로디가 연주 되는 하나의 곡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인게임에서도 음악의 시작 타이밍만 잘 맞추어 시작한다면 일정하게 불어오는 폭풍우에 맞추어 음악이 연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멋진 트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녀의 노래

게임 후반이 되면 소녀가 노래를 불러 시든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기에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도 개인 취향 저격인지라. 듣자마자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놀라운 게임 제작 트릭이 가미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고 계속 소녀에게 노래를 시키며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커맨드에 소녀가 허밍을 시작하는데 부르는 노래는 3-4가지의 베리에이션이 있으며, 놀랍게도 해당 챕터에 계속 재생되는 음악과 동일한 코드로 진행되고, 기존에 재생되고 있는 음악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노래와 반주가 어우러집니다. 이 후 손을 떼면 원래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단순히 반주에 어울리는 코드의 멜로디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주와 반주가 부딪히지 않도록 디테일에 신경 쓴 부분이 더욱더 놀라웠습니다.

적절한 무음

게임에 음악이 항상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을 적절히 뺄 줄 아는 감각이 있는 제작자임을 느꼈습니다.

챕터의 시작이나 과격한 액션 이후 몽롱한 앰비언스와 소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폴리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귀가 즐겁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이 시작하는 타이밍도 간격도 특정 위치에 닿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하여 플레이 시간을 고려한 배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마다 스튜디오와 베를리니스트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노마다 스튜디오 (Nomada Studio)와 음악을 담당한 바로셀로나의 벤드 베를리니스트(Berlinist)의 2018년 작품인 <그리스(GRIS)>

아름다운 한편의 2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게임으로 스토리의 깊이와 비주얼적인 아름다움, 음악의 독특한 활용을 통한 신선한 게임성과 진한 여운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을 추천해준 후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관련링크
  • 노마다 스튜디오 홈페이지 : https://nomada.studio
  • 베를리니스트 홈페이지 : https://www.berlinistmusic.com
  • 스팀 구매 링크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683320/GRIS/


  • UBY Good Sound & Music

    [3D 바이노럴 레코딩] #10.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집중이 잘 되는 자연의 소리'

    2016. 8. 21. 23:32

    녹음을 위해 제주 사려니숲길을 잠깐 찾았습니다. 여름이라 해도 숲은 시원했고, 여름다운 풀벌레소리가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번 녹음은 사려니 붉은오름 입구 쪽에서 300미터 정도 들어간 곳의 한적한 나무벤치에 앉아서 진행했습니다. 바로 뒤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었지만 인적이 드물어서 나름 괜찮은 장소였습니다. 가끔 들리는 사람들 소리는 약간의 양념처럼 귀를 간지럽게해 재미있는 소리로 느껴지실겁니다.

    [3D 바이노럴 레코딩] #10.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집중이 잘 되는 자연의 소리'

    모든 레코딩은 48K 24Bit 고음질로 진행 되었으며, 듣기 편한 환경을 위해 노이즈 및 톤정리를 진행했습니다. 들으실 때에는 반드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고 들으셔야 3D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



    UBY Hobby/Binaural Recording

    [3D 바이노럴 레코딩] #9. 제주, 서귀포 어느 해변에서 '집중이 잘 되는 자연의 소리'

    2016. 7. 11. 00:08

    서귀포의 한 해변가를 찾아 되어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바위가 많은 장소인데 파도 소리를 조금더 가까이 담기 위해 최대한 해안선에 바짝 붙어 앉아서 녹음한 결과물입니다.

    좌측에 작은 항이 있어서 어선들이 왔다갔다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녹음하는 와중에 새 한마리가 오른쪽 바위에 앉아 지저귀는 소리도 들립니다. 전반적으로 바람이 많은 날이라 윈드쉴드가 필수였던 날이었습니다. ^^

    [3D 바이노럴 레코딩] #9. 제주, 서귀포 어느 해변에서 '집중이 잘 되는 자연의 소리'

    모든 레코딩은 48K 24Bit 고음질로 진행 되었으며, 듣기 편한 환경을 위해 노이즈 및 톤정리를 진행했습니다. 들으실 때에는 반드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고 들으셔야 3D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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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바이노럴 레코딩] #8. 피시방에서 '집중이 잘 되는 백색소음'

    2016. 2. 23. 01:24


    급하게 PC를 사용할 일이 있어 근처에 있는 피시방을 찾았습니다. 마침 방학이었고, 중 고등학생들이 붐비는 시간이어서인지 상당히 활기찬 분위기였는데요, 제법 녹음 하기에 재미있는 환경인 것 같아 녹음을 같이 진행해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피시방이라는 큰 소음의 환경 안에서 오히려 집중력이 발휘되며 녹음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사실 백색소음이라는 것이 정해진 소리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이 다른지라 이번 녹음 역시 집중이 잘 되는 백색소음의 범주에 넣어 보았습니다. 자신의 용도에 맞게 잘 활용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3D 바이노럴 레코딩] #8. 피시방에서 '집중이 잘 되는 백색소음'

    모든 레코딩은 48K 24Bit 고음질로 진행 되었으며, 듣기 편한 환경을 위해 노이즈 및 톤정리를 진행했습니다. 들으실 때에는 반드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고 들으셔야 3D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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