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사운드 디자인

2014. 11. 20. 04:01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새로운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Warner Bros. Studios)에서 진행 되었으며, 리차드 킹(Richard King)이 사운드 슈퍼바이저를 담당한 영화입니다. ‘장르가 놀란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 영화마다 커다란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이번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고의 사운드 레퍼런스로 인정되는 다크나이트 역시 놀란과 리차드 킹의 작품이군요. 그리고 한스짐머까지 그대로 한세트로 따라왔네요.

전반적인 작품 퀄러티

계속 놀란과 함께 해온 팀이고 경험이 풍부하기에 전반적으로 믿고 들을 수 있는 퀄러티였습니다. 단,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던 다이나믹 최고치의 음압이 상당히 높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로켓 발사 부분의 음악과 발사음, 엔딩부분의 음악이 크게 느껴진 부분인데요, 과도하게 벨런스를 풀어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컨셉이라고 한다면 그래비티의 오프닝을 의식한 오마쥬도 살짝 겹쳐지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오히려 제작진들의 ‘경력’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인고 하면, 이제 이분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무래도 청력을 고민하실 때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저명한 사운드 리레코딩 엔지니어분의 작품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의 믹싱음압이 다소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귀를 혹사시키는 직업이라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다이얼로그 믹싱 상태가 고르지 않은 몇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 딸이 오빠를 안으며 ‘아버지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라는 대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믹싱이 되었고, 엔딩 크래딧 부분의 대사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음악을 뚫기 위해 과도하게 키우는 바람에 노이즈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물론 앰비언스나 음악이 이미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고 이것이 감정선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장치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다이얼로그 믹싱에서의 실수처럼 느껴지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비티(Gravity)와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이번 영화는 지난번 그래비티의 애트모스 감동을 안겨주었던 수원 영통의 M2관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이번 작품은 돌비 애트모스 믹싱은 아니었더군요. 하지만 그래비티와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같은 상영관에서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두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의 방향성이 매우 달랐습니다. 그래비티가 우주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재난의 극복이라면 인터스텔라는 도전적으로 우주를 모험하는 SF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비티는 영화를 서술하면서 1인칭 시점 즉, 우주복 안의 사람이 느끼는 소리와 심리에 주목한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장 독특한 특징이었던 우주복 안에서 들리는 마찰음과 진동, 무전 소리 등이 있겠네요.

반면 인터스텔라는 좀더 밖으로 나와 관찰하는 입장으로 컨셉을 잡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래비티와는 달리 우주 공간에 우주복 하나를 경계로 소리를 전달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우주선 안 혹은 도착한 행성에서 사건이 진행되지요.

로켓 카운트다운

연출적인 면이나 사운드적인 면에서 안타까움의 증폭과 진이 빠질정도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준 명장면입니다. 주인공이 집을 떠나면서 로켓 발사하는 장면으로 컷이 이전되는데, 이 감정선을 음악이 굉장한 음압으로 쭉 끌고 갑니다. 여기에 화면이 전환되며 로켓발사하는 소리가 더해지며 헤드룸을 꽉채우다 못해 뚫어버리며 관객을 압도합니다. 만약 로켓 발사시에 느껴지는 음속돌파 압력을 사운드로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이라면, 일단은 성공한 셈입니다. 귀는 좀 아팠지만 말이죠.

폴리 레코딩의 스케일 & 아이디어

이런 소리는 어떻게 녹음했지? 라는 의문이 생길 무렵 때마침 사운드 워크 콜렉션에서 인터스텔라 메이킹 필름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고 저는 두가지 면에서 크게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헐리웃 스케일은 다르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혹은 이분들이 일을 크게 벌리는 분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래의 사진은 우주선 안에서 들리는 기체의 떨림이나 장치의 럼블 사운드를 레코딩하기 위해 실제 버려진 비행기 안에서 PA스피커로 사인웨이브를 조정하여 레코딩을 진행하는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중장비로 부수며 우주선이 낼수 있는 소리를 녹음하더군요. 로켓에 들어가는 소리를 위해 비행기를 한대 부순 셈이죠.

두번쨰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입니다. 영화 초반의 백미인 옥수수밭 질주 사운드를 레코딩하기 위하여 실제 지프에 스테레오 마이크를 장치하여 유사한 풀밭을 질주하는 모습입니다.

흑먼지가 날리고 자갈이 집의 창문과 자동차에 부딪치는 소리는 다음과 같이 레코딩 하였습니다. 먼지를 뿜는 장치가 굉장히 신기한데 소음도 심하지 않아서 어떤 원리인지 궁금합니다.

그와중에 레코더가 눈에 들어오네요 사운드디바이스 744T와 788T를 같이 물려 사용중입니다. 얼핏 봐서는 MIC 인풋은 충분하지만 같이 물려 백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풋스텝의 놀라운 경지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실제 얼음과 아이젠을 부스에 놓고 녹음중입니다. 바닥은 덩치 큰 얼음으로 깔아놓고 그 위에 얼음 알갱이를 쌓아 실제 얼음 행성의 표면을 재연했다고 볼 수 있네요. 여담이지만 폴리실은 국적 불문하고 잡동사니의 천국인 것 같습니다.

이런 풋스텝도 가능합니다. 구했는지 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봇 풋스텝을 위해 철로된 신발을 신고 녹음중이군요. 저도 하나 구하고 싶네요. 

총평 및 마무리

전반적으로 좋은 퀄러티의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놀란과 리차드 킹의 사운드 디자인을 지켜본 팬이자 제작자로서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긴 했으나 신기한건, 그렇게 디자인할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는 어느정도 존재 했다는 점이고 이것은 기술적인 면과 심미적인 면이 충돌하는 와중에의 선택의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청력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폴리 사운드 레코딩 과정을 공개해서 보여주는 점이 제작도로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이런 과정을 제작중에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이죠. 여러모로 부러운 작업 환경과 여건, 그리고 좋은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UBY Good Sound &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