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리스(GRIS)의 음악

2019. 2. 10. 16:43

 

그리스(GRIS)

“형,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꼭 해봐야 해요.”

친한 후배의 적극적인 게임 추천으로 그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게임 <그리스(GIRS)>. 사운드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추천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지친 머리와 가슴에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메모만 해두었다가 최근에야 시간이 나서 스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악과 사운드를 분석하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남들보다 두 세배는 걸리는 것이 기본인지라 제 기억으로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비교적 짧은 플레이 시간이었지만, 어느덧 황량한 사막에 단비가 훑고 지나간 듯 촉촉한 기분 좋음이 자리 잡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토리는 상처를 받은 소녀를 치유해 나가는 심리 드라마를 보는듯한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미쟝셴이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잘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움직임과 기체와 액체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웠습니다.

높은 프레임까지 지원이 되어 165Hz 지원 모니터로 플레이를 해보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음악은 말할 필요 없이 훌륭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 자체로 본다면 크게 특징 지어질 것이 없는 부분이나, 게임의 연출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음악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을 절묘하게 버무려 놓았습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포함이며, 특징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폭풍과 오르간 소리

소녀가 하얀 사막을 지날 때 붉은 폭풍이 일정한 주기로 몰려오는 타이밍에 오르간 멜로디가 연주됩니다. 이 폭풍은 소녀를 뒤로 날려 보내고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게임 내에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오르간의 멜로디는 붉은 폭풍의 타이밍에 정확히 재생 되며, 날카로운 악기의 음색과 연주법으로 게이머를 불안하며 초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폭풍 전후에 사용되는 배경음악의 코드와 일치하는 계산된 조화로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 됩니다만, 발매된 OST를 들어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폭풍우 멜로디가 연주 되는 하나의 곡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인게임에서도 음악의 시작 타이밍만 잘 맞추어 시작한다면 일정하게 불어오는 폭풍우에 맞추어 음악이 연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멋진 트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녀의 노래

게임 후반이 되면 소녀가 노래를 불러 시든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기에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도 개인 취향 저격인지라. 듣자마자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놀라운 게임 제작 트릭이 가미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고 계속 소녀에게 노래를 시키며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커맨드에 소녀가 허밍을 시작하는데 부르는 노래는 3-4가지의 베리에이션이 있으며, 놀랍게도 해당 챕터에 계속 재생되는 음악과 동일한 코드로 진행되고, 기존에 재생되고 있는 음악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노래와 반주가 어우러집니다. 이 후 손을 떼면 원래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단순히 반주에 어울리는 코드의 멜로디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주와 반주가 부딪히지 않도록 디테일에 신경 쓴 부분이 더욱더 놀라웠습니다.

적절한 무음

게임에 음악이 항상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을 적절히 뺄 줄 아는 감각이 있는 제작자임을 느꼈습니다.

챕터의 시작이나 과격한 액션 이후 몽롱한 앰비언스와 소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폴리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귀가 즐겁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이 시작하는 타이밍도 간격도 특정 위치에 닿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하여 플레이 시간을 고려한 배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마다 스튜디오와 베를리니스트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노마다 스튜디오 (Nomada Studio)와 음악을 담당한 바로셀로나의 벤드 베를리니스트(Berlinist)의 2018년 작품인 <그리스(GRIS)>

아름다운 한편의 2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게임으로 스토리의 깊이와 비주얼적인 아름다움, 음악의 독특한 활용을 통한 신선한 게임성과 진한 여운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을 추천해준 후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관련링크
  • 노마다 스튜디오 홈페이지 : https://nomada.studio
  • 베를리니스트 홈페이지 : https://www.berlinistmusic.com
  • 스팀 구매 링크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683320/G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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