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음악

2019. 2. 14. 18:25


블랙미러의 새로운 시즌

저는 블랙미러 씨리즈를 새로운 시즌이 나오면 바로 그날 챙겨보는 블랙미러 매니아입니다.

새로운 블랙미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블랙미러’라는 제목만으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감상을 시작하던 중... 


아래와 같은 선택지가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인터랙티브 필름??

이제는 게임에서 어느정도 정형화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방식에 익숙해졌지만, 영화로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그것도 생각도 못한 상황에) 접한 것은 엄청난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넷플릭스에서 인터랙티브 필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장화신은 고양이>나 <마인크래프트> 등의 아동용 작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지만 사실상 감상하고자하는 저의 이목을 끌지는 못하였고 그런게 있구나 정도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청불 등급의 인터랙티브 필름은 넷플릭스에서는 이 작품이 최초라고 합니다. 진정한 어른의 놀이터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 6시간 이상을 계속 다른 선택지를 테스트해 가며 감상해봤고, 결국 모든 엔딩을 본 후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게임을 클리어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인터랙티브 필름의 음악이 어떠한 형태로 작곡이 되었는지에 대해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작곡가 브라이언 라이젤과의 인터뷰 글이 프로오디오 파일에 올라왔고

그 일부 내용을 직접 번역해보았습니다. (번역 주의)

브라이언 라이젤 :

밴더스내치의 모든 것은 달랐습니다!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대화형이고 계속해서 충돌/진화를 했기 때문에 수일이 걸린 대본을 읽는 것에서부터 수백 개의 단서를 전달하는 것까지 거대한 소닉 퍼즐과 같았습니다. 하나의 큐 / 씬에서 여러 방향으로 순조롭게 이동 한 다음 순열의 맨 위에서 순열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 다음, 물론, 모든 교차점, 한 경로에서 다른 경로로 연결된 음악적 조직이 있습니다. 저는 하나의 큰 줄거리를 따라가며 스코어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줄거리를 끝까지 스코어작업을 했습니니다. 약 5개의 꽤 완전한 스코어를 완성한 이후, 저는 다양한 주요 결과들을 작업했고, 그 다음에는 점점 더 작은 큐들을 작업했습니다. 제게는 경험이 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마치 제가 이전 장면의 음악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일종의 소닉 트리를 만들기 위해 조화 지도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 음조로 연결될 수있는 서로 다른 음악 경로로 가득 차 있지만 모두 개별적으로 스코어링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선택 포인트', '리맵', '플래시백', '비디오 게임', '마이크로 플레이' 테마를 위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231개의 Pro Tools 세션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한니발이나 어메리칸 갓즈와 같은 에피소드에서 저는 대여섯개의 세션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수년간의 세션 데이터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워크플로우를 탐색하기 위해 복잡한 색 구성표 파일 시스템을 만들어 스트림 내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서로서로 작용하는 다양한 단서들을 오디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가장 잘 연주될 수 있는지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 스코어를 몇 개 찍어서 전에 모듈형 음악을 실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음악이었습니다. 훨씬 더 영화적이고, 생리적이며, 무한히 더 복잡합니다.

평가

인터뷰 내용과 감상했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다면...

인터랙티브 음악의 배치는 선택지와 선택지 사이의 음악을 비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스코어 - 선택 포인트 - 스코어' 방식으로 각각의 음악을 페이드인아웃으로 매듭을 이어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번역문에서 다른 경로로 연결된 음악적 조직이란 스코어와 스코어 사이의 ‘선택 포인트’, ‘리맵’, ‘플래시백’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택에 시간 제한이 있으며 감상의 흐름이 이어져야하는 영화적인 특성 때문에 어쩌면 5개의 큰 결말 스토리와 세부스토리를 포함하여 총 10개에서 12개까지의 영화음악 작업을 진행했다고도 볼 수 있는 분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가능합니다.

인터랙티브 필름을 위한 음악 작업의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닌 단순히 '분량이 많이 늘어난' 음악 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도 않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글에 언급 되었듯 이전 장면의 음악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같은 뿌리에 근거한 유사한 음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들어갔으리라 봅니다. 완전히 다른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유사한 분위기로 음악을 베리에이션 하는 것이 말이 한 두개지 집념을 가지고 전부 다르게 만들려면 그 가짓수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번역문에서 231개의 많은 세션과 색 구성표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워크 플로우를 탐색해야 했던 이유 역시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음악의 전개가 이어지는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작곡 방식과 작곡자 특유의 완벽주의가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래의 분기점 다이아그램을 보면... 작업하다가 토가 나올지도..) 


재미있는 점은 시청자가 세이브를 통해 바로 전으로 넘어가거나 음악의 변화를 바로바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은 없는 셈이기에 이에 대한 부담은 덜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같은곡으로 땜방하고 분위기만 대충 맞춰서 날림으로 작업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고자하는 본인의 장인정신이 좀더 투여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정을 기꺼이 수용하고 반영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반드시 본받아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 : 가끔 선택 포인트 이후 같은 공간에서의 앰비언스가 끊기는 것과, 다른 선택지 음악의 잔향이 남아서 부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편집에서의 완성도에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총평 : 음악 자체와 구성으로는 나무랄 부분이 없는 훌륭한 작업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일터랙션 필름의 음악 작업에 레퍼런스로 삼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UBY Good Sound & Music

게임 그리스(GRIS)의 음악

2019. 2. 10. 16:43

 

그리스(GRIS)

“형,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꼭 해봐야 해요.”

친한 후배의 적극적인 게임 추천으로 그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게임 <그리스(GIRS)>. 사운드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추천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지친 머리와 가슴에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메모만 해두었다가 최근에야 시간이 나서 스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악과 사운드를 분석하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남들보다 두 세배는 걸리는 것이 기본인지라 제 기억으로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비교적 짧은 플레이 시간이었지만, 어느덧 황량한 사막에 단비가 훑고 지나간 듯 촉촉한 기분 좋음이 자리 잡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토리는 상처를 받은 소녀를 치유해 나가는 심리 드라마를 보는듯한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미쟝셴이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잘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움직임과 기체와 액체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웠습니다.

높은 프레임까지 지원이 되어 165Hz 지원 모니터로 플레이를 해보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음악은 말할 필요 없이 훌륭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 자체로 본다면 크게 특징 지어질 것이 없는 부분이나, 게임의 연출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음악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을 절묘하게 버무려 놓았습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포함이며, 특징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폭풍과 오르간 소리

소녀가 하얀 사막을 지날 때 붉은 폭풍이 일정한 주기로 몰려오는 타이밍에 오르간 멜로디가 연주됩니다. 이 폭풍은 소녀를 뒤로 날려 보내고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게임 내에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오르간의 멜로디는 붉은 폭풍의 타이밍에 정확히 재생 되며, 날카로운 악기의 음색과 연주법으로 게이머를 불안하며 초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폭풍 전후에 사용되는 배경음악의 코드와 일치하는 계산된 조화로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 됩니다만, 발매된 OST를 들어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폭풍우 멜로디가 연주 되는 하나의 곡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인게임에서도 음악의 시작 타이밍만 잘 맞추어 시작한다면 일정하게 불어오는 폭풍우에 맞추어 음악이 연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멋진 트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녀의 노래

게임 후반이 되면 소녀가 노래를 불러 시든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기에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도 개인 취향 저격인지라. 듣자마자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놀라운 게임 제작 트릭이 가미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고 계속 소녀에게 노래를 시키며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커맨드에 소녀가 허밍을 시작하는데 부르는 노래는 3-4가지의 베리에이션이 있으며, 놀랍게도 해당 챕터에 계속 재생되는 음악과 동일한 코드로 진행되고, 기존에 재생되고 있는 음악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노래와 반주가 어우러집니다. 이 후 손을 떼면 원래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단순히 반주에 어울리는 코드의 멜로디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주와 반주가 부딪히지 않도록 디테일에 신경 쓴 부분이 더욱더 놀라웠습니다.

적절한 무음

게임에 음악이 항상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을 적절히 뺄 줄 아는 감각이 있는 제작자임을 느꼈습니다.

챕터의 시작이나 과격한 액션 이후 몽롱한 앰비언스와 소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폴리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귀가 즐겁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이 시작하는 타이밍도 간격도 특정 위치에 닿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하여 플레이 시간을 고려한 배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마다 스튜디오와 베를리니스트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노마다 스튜디오 (Nomada Studio)와 음악을 담당한 바로셀로나의 벤드 베를리니스트(Berlinist)의 2018년 작품인 <그리스(GRIS)>

아름다운 한편의 2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게임으로 스토리의 깊이와 비주얼적인 아름다움, 음악의 독특한 활용을 통한 신선한 게임성과 진한 여운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을 추천해준 후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관련링크
  • 노마다 스튜디오 홈페이지 : https://nomada.studio
  • 베를리니스트 홈페이지 : https://www.berlinistmusic.com
  • 스팀 구매 링크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683320/GRIS/


  • UBY Good Sound & Music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사운드 디자인

    2014. 11. 20. 04:01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새로운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Warner Bros. Studios)에서 진행 되었으며, 리차드 킹(Richard King)이 사운드 슈퍼바이저를 담당한 영화입니다. ‘장르가 놀란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 영화마다 커다란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이번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고의 사운드 레퍼런스로 인정되는 다크나이트 역시 놀란과 리차드 킹의 작품이군요. 그리고 한스짐머까지 그대로 한세트로 따라왔네요.

    전반적인 작품 퀄러티

    계속 놀란과 함께 해온 팀이고 경험이 풍부하기에 전반적으로 믿고 들을 수 있는 퀄러티였습니다. 단,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던 다이나믹 최고치의 음압이 상당히 높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로켓 발사 부분의 음악과 발사음, 엔딩부분의 음악이 크게 느껴진 부분인데요, 과도하게 벨런스를 풀어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컨셉이라고 한다면 그래비티의 오프닝을 의식한 오마쥬도 살짝 겹쳐지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오히려 제작진들의 ‘경력’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인고 하면, 이제 이분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무래도 청력을 고민하실 때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저명한 사운드 리레코딩 엔지니어분의 작품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의 믹싱음압이 다소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귀를 혹사시키는 직업이라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다이얼로그 믹싱 상태가 고르지 않은 몇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 딸이 오빠를 안으며 ‘아버지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라는 대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믹싱이 되었고, 엔딩 크래딧 부분의 대사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음악을 뚫기 위해 과도하게 키우는 바람에 노이즈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물론 앰비언스나 음악이 이미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고 이것이 감정선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장치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다이얼로그 믹싱에서의 실수처럼 느껴지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비티(Gravity)와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이번 영화는 지난번 그래비티의 애트모스 감동을 안겨주었던 수원 영통의 M2관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이번 작품은 돌비 애트모스 믹싱은 아니었더군요. 하지만 그래비티와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같은 상영관에서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두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의 방향성이 매우 달랐습니다. 그래비티가 우주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재난의 극복이라면 인터스텔라는 도전적으로 우주를 모험하는 SF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비티는 영화를 서술하면서 1인칭 시점 즉, 우주복 안의 사람이 느끼는 소리와 심리에 주목한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장 독특한 특징이었던 우주복 안에서 들리는 마찰음과 진동, 무전 소리 등이 있겠네요.

    반면 인터스텔라는 좀더 밖으로 나와 관찰하는 입장으로 컨셉을 잡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래비티와는 달리 우주 공간에 우주복 하나를 경계로 소리를 전달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우주선 안 혹은 도착한 행성에서 사건이 진행되지요.

    로켓 카운트다운

    연출적인 면이나 사운드적인 면에서 안타까움의 증폭과 진이 빠질정도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준 명장면입니다. 주인공이 집을 떠나면서 로켓 발사하는 장면으로 컷이 이전되는데, 이 감정선을 음악이 굉장한 음압으로 쭉 끌고 갑니다. 여기에 화면이 전환되며 로켓발사하는 소리가 더해지며 헤드룸을 꽉채우다 못해 뚫어버리며 관객을 압도합니다. 만약 로켓 발사시에 느껴지는 음속돌파 압력을 사운드로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이라면, 일단은 성공한 셈입니다. 귀는 좀 아팠지만 말이죠.

    폴리 레코딩의 스케일 & 아이디어

    이런 소리는 어떻게 녹음했지? 라는 의문이 생길 무렵 때마침 사운드 워크 콜렉션에서 인터스텔라 메이킹 필름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고 저는 두가지 면에서 크게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헐리웃 스케일은 다르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혹은 이분들이 일을 크게 벌리는 분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래의 사진은 우주선 안에서 들리는 기체의 떨림이나 장치의 럼블 사운드를 레코딩하기 위해 실제 버려진 비행기 안에서 PA스피커로 사인웨이브를 조정하여 레코딩을 진행하는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중장비로 부수며 우주선이 낼수 있는 소리를 녹음하더군요. 로켓에 들어가는 소리를 위해 비행기를 한대 부순 셈이죠.

    두번쨰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입니다. 영화 초반의 백미인 옥수수밭 질주 사운드를 레코딩하기 위하여 실제 지프에 스테레오 마이크를 장치하여 유사한 풀밭을 질주하는 모습입니다.

    흑먼지가 날리고 자갈이 집의 창문과 자동차에 부딪치는 소리는 다음과 같이 레코딩 하였습니다. 먼지를 뿜는 장치가 굉장히 신기한데 소음도 심하지 않아서 어떤 원리인지 궁금합니다.

    그와중에 레코더가 눈에 들어오네요 사운드디바이스 744T와 788T를 같이 물려 사용중입니다. 얼핏 봐서는 MIC 인풋은 충분하지만 같이 물려 백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풋스텝의 놀라운 경지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실제 얼음과 아이젠을 부스에 놓고 녹음중입니다. 바닥은 덩치 큰 얼음으로 깔아놓고 그 위에 얼음 알갱이를 쌓아 실제 얼음 행성의 표면을 재연했다고 볼 수 있네요. 여담이지만 폴리실은 국적 불문하고 잡동사니의 천국인 것 같습니다.

    이런 풋스텝도 가능합니다. 구했는지 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봇 풋스텝을 위해 철로된 신발을 신고 녹음중이군요. 저도 하나 구하고 싶네요. 

    총평 및 마무리

    전반적으로 좋은 퀄러티의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놀란과 리차드 킹의 사운드 디자인을 지켜본 팬이자 제작자로서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긴 했으나 신기한건, 그렇게 디자인할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는 어느정도 존재 했다는 점이고 이것은 기술적인 면과 심미적인 면이 충돌하는 와중에의 선택의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청력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폴리 사운드 레코딩 과정을 공개해서 보여주는 점이 제작도로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이런 과정을 제작중에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이죠. 여러모로 부러운 작업 환경과 여건, 그리고 좋은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UBY Good Sound & Music

    2014 영국 음악+사운드 시상식 수상작들 모음

    2014. 3. 4. 07:12

    비주얼 미디어의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시상식인 2014 영국 음악+사운드 시상식이 지난 2월 27일 런던에서 열렸습니다. 시상식은 게임, 단편 영화, 텔레비전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오리지널 작곡 부문’, ‘사운드 디자인 부문’, ‘싱크 및 음악 활용 부문’의 3가지로 나누어 시상을 진행했습니다. 수상한 작품 중 기억해둘만한 몇가지 작품의 영상을 아래에 모아 봤습니다.

    게임 오디오 프로덕션 부문

    더 라스트오브 어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역시나 명불허전 더 라스트오브 어스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의 황혼기에 등장한 최대의 화제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발매 일주일 전 보도 제한이 풀리자 마자 각종 잡지나 리뷰에서 만점짜리 리뷰가 쏟아져 나왔었죠. 사운드적으로도 뛰어난 성우 연기로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사운드 웍스 콜렉션에서도 이 게임의 사운드와 음악을 리뷰했습니다. 아래는 그 영상이며 너티독에서 게임 제작과 자체 사운드 스튜디오를 통해 자체 제작한 만큼 좋은 퀄러티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광고 오디오 믹스 부문

    혼다 ‘Hands’ (Anthony Moore at Factory / Weiden & Kennedy)

    혼다의 역사와 기술력을 재치있게 묘사한 멋진 광고죠. 소리만으로 미니어처를 살아있게 만드는 놀라운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영화 광고 부문

    런던 단편영화 페스티벌 트레일러 (Phil Bolland at 750mph / Ben Campbell at Cut & Run)

    2014년 1월에 열린 런던 단펴영화 페스티벌의 트레일러 영상입니다. 간결하고 스타일리쉬한 편집과 사운드가 독특한 작품입니다.

    단편영화 음악 부문

    포스트 퍼스널(Post Personal) (David Kamp)

    짧지만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렉트로닉 시그널 사운드를 조합해서 디자인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간결한 음악과 사운드의 조합은 메시지를 강력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방송 + 바이럴 광고 부문

    아우디 R8 V10 플러스 'Evolution on the outside, Revolution on the inside’ 

    엔진 소리만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이렇게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의 깔끔함과 전해지는 메시지의 강력함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멋진 광고입니다.

    폭스바겐 - Play the Road

    감각적이고 세련된 음악이 영상과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밴츠 - 사운드 위드 파워

    자연의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실제 악기, 랩퍼의 목소리 등을 직접 합쳐가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인터렉티브 홈페이지입니다. 극장용 광고로도 제작 되었으며, 이번 시상식에서는 두가지 모두 수상하는 영예를 얻게 되었네요. 홈페이지 방문은 이곳을 클릭하세요.


    수상 받은 모든 작품을 소개해 드리진 못했지만 시상식 홈페이지에 가시면 다른 작품들과 지난회 수상작들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음악과 사운드디자이너를 위한 몇 안되는 시상식인만큼 개인적으로도 큰 발전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UBY Good Sound & Music

    자동차 엔진소리를 바꿔주는 앱 VROOM!

    2014. 1. 9. 15:09

    자동차의 박력있는 엔진소리는 카매니아들에게 커다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만일 늘상 듣던 자동차 엔진 소리를 멋지게 바꿔주는 옵션이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요? 그 아이디어를 제품화 시킨 Reality Jocky 사의 VROOM!이라는 앱의 프로모션 동영상입니다.

    영상에 혹하여 구매를 해보았는데요.(자동차도 없으면서!)($0.99) 실제 자동차 엔진음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움직임에 맞추어 엔진소리를 재생해주는 앱입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전용앱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자동차는 ‘마이애미 머슬카', ‘도쿄 나이트 드라이버' 두가지이며, 이메일 리스트 가입을 통해 ‘오스트리언 트랙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앱내 구입으로 ‘이탈리안 스포츠카’($1.99)와 ‘러시안 탱크’($2.99), 아라비안 홀스(진짜 말입니다…)($1.99)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작동 원리

    작동원리는 아이폰의 가속 센서와 자이로 센서 위치정보를 모두 이용합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니 자동차의 가속에 대한 정보는 가속 센서로 판정되고, 회전은 자이로 센서, 가속 후 엔진음 유지에 대한 판단은 위치 정보를 통해 판단 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앱에서 권장하는 작동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의 성능을 위하여

    • 당신의 디바이스를 안정적인 공간에 고정시켜라 - 진동이 많지 않은 곳에 고정시켜야한다.
    • 당신의 자동차를 주차된 위치에서 출발 시켜라. 브룸!은 당신의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속되지 않는다. 앱이 가속되면 민감도를 1까지 낮춰보아라. 이 과정을 칼리브레이팅이라 부른다.
    • 당신의 디바이스가 GPS 신호를 받는지 확인하라. 성능이 더 좋아질 것이다.
    • 사용하는 동안에는 장치의 위치를 바꾸거나 움직이지 말도록 신경을 써라.
    • 당신의 디바이스를 전원에 연결하여라.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최고의 사운드를 위하여

    • 만일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면 당신의 자동차가 진동이 너무 심한 것이다. 진동이 많지 않은 곳에 고정시켜야한다.
    • 큰 소리를 원한다면 당신의 디바이스를 카 스테레오에 캐이블이나 블루투스로 연결하라.
    • 모든 버튼을 눌러봐라 - 발견할 수 있는 많은 훌륭한 사운드들이 있다. - 어떠한 것은 잠시 뒤에 소리가 날 것이다.
    • 탱크와 말, 나이트 드라이버로 둔덕을 지날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꼭 확인하라

    실제 작동은?

    아무래도 앉은 자리에서는 확인을 할 수 있는 사항이 제한적이라, 좀더 실질적인 테스트를 위해 자동차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장롱면허는 있지만 자동차를 몰지 않아서 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권장하는 상황에서의 작동이 아닌지라 정확한 테스트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최대한 앱에서 요구하는 환경에서처럼 가장 진동이 적은 버스 앞자리에 앉아 정면을 보면서 몸에 고정 시키고 칼리브레이팅 후 들어봤습니다.

    기본 셋인 머슬카를 시작하니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후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자 약 1초정도 뒤에 엔진이 가속되는 소리가 재생됩니다. 정확한 싱크는 아닌 늦은 반응이었지만 다소 참작하고 들어줄만 했습니다. 민감도 조절이 있었지만 너무 민감도를 높여 놓으면 소리가 쉬지 않고 재생되어 문제가 있었습니다. 적정 수준으로 민감도를 조정해 놓으니 버스가 일정 속도에 이를때 까지 가속운전을 하는 동안은 계속하여 가속음을 재생해주었습니다. 단, 딜레이 발생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느정도 가속이 끝나고 등속도 운동으로 접어들면 잠시 뒤에 엔진음도 가속시점까지의 엔진음으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부분이 참 신기했는데요. 아마도 위치정보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판단이 되고, 가속 센서가 0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 등속 운동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에 속도를 줄일 때가 많이 아쉬웠는데요. 감속하는 동안 가속 사운드를 재생시켜주는 경우가 많았고, 버스가 감속과 가속을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는 가속 센서가 계속 증가하는 기이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또한 회전을 할때에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항상 같은 레벨로 들립니다. 자이로 센서에서 방향이 전환될 때마다 들리게 되니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브레이크 소리의 베리에이션도 많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버스에의 테스트는 가속과 등속 운동에서 앱이 어떻게 작동되느냐에 대한 확인이었습니다만, 진동이 적은 승용차에서의 테스트 결과는 더 좋게 나올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그 차이가 그렇게까지 현격하게 날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어찌 되었건 칼리브레이팅을 위한 환경 조성 자체가 쉬운 앱은 아니니까요.

    사족

    현재 시판되고 있는 자동차에 내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엔진 소리를 다양한 옵션으로 제공해주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떨까요? 실제 자동차 엑셀 및 브레이크 타이밍, 계기판을 기반으로 싱크를 조율하고 소리 뿐만 아니라 진동 센서도 탑제되어 있고…캬! 이렇다면  자체 제작한 소리로 배트 텀블러 샘플 사운드를 커스터마이징 해서 한번 달려보고 싶네요.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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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한 소리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디에고 스토코의 작품들

    2013. 12. 28. 00:08

    이탈리아의 로비고에서 1976년에 태어났으며, 작곡가이며 음악 사운드 디자이너, 퍼포머이자 현재 버클리 음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디에고 스토코(Diego Stocco)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스스로 만든 악기로 연주를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독특한 사운드 디자이너입니다.

    VSTI 및 11.1 DTS 사운드 시그널 제작

    스펙트로닉스 애트모스피어나 스타일러스 RMX, 옴니스피어 등 유명 VSTI에 자신의 소스를 제공하며, 이를 활용한 많은 영화와 게임에 이름이 라이센스 되어 있죠. 트론, 터미네이터 샐베이션, 2012, 트랜스포머, 콜오브 듀티 등 수없이 많은 작품들입니다. 후에 11.1 DTS 사운드 시그널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그 제작과정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디에고 스토코의 영상 모음

    디에고는 또한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그의 “Music froma a Tree”, “Music from Sand”, “Music from a Dry Cleaner”는 NBC의 “Today”나 디스커버리 채널의 “Daily Planet”, CBS News, NPR의 “Living on Earth” 등등 수많은 TV와 라디오쇼에서 다루어졌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아래에 모아봤습니다.

    Huge Coffee

    커피를 만들면서 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상당히 흥미로운 방법으로 채집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무려 DTS로 믹싱을 했다죠.

    Duet for Leaves & Turntable

    나뭇잎과 턴태이블을 통해 독특한 음악을 만드는 작품입니다. 

    Music from Nature

    작은 분재로 시작했던 그의 실험정신(?)이 이젠 좀더 넓은 곳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정원의 나무와 식물, 곤충의 소리를 통해 음악을 만든 작품입니다.

    Music From A Dry Cleaner

    세탁소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작품입니다.

    Music From A Dry Cleaner, 11.1 Mixing Session at DTS

    세탁소 음악을 무려 11.1 DTS 사운드로 믹싱하는군요. 사운드 시그널 제작자에게 주어진 특혜(?)라고 할수 있을까요? 믹스 엔지니어도 상당히 흥미로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Music From A Bonsai

    분재하나로 다양한 비트 소스를 만들어 음악화 시킨 작품입니다.

    코맨트

    지금까지 디에고 스토코의 대표적인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소리에 관한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작은 소리에도 특징을 잡아 작품화 시키는 능력은 꼭 배워야할 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에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이나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멋진 소리로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이 정말 부럽습니다. 디에고 스토코의 Viemo 채널에 가보시면 소개드린 작품들 이외에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독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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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2. 17. 14:35

    스카이워커 사운드에서 사운드 포스트-프로덕션을 담당한 다크나이트는 사운드 업계의 많은 분들이 레퍼런스라 칭할만한 퀄러티를 자랑합니다. 이미 워너 브러더스의 많은 블락버스터 영화의 사운드를 담당했던 대규모 스튜디오인 만큼 축적된 노하우와 많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최적화된 워크플로우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다크나이트 이전과 이후에도 스카이워커 사운드는 동종업계인들이 부러워할만한 퀄러티와 환상적인 사운드 디자인, 첨단 장비들로 이 계열의 교본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상영된 시점에 다크나이트를 제조명하는 이유는 사운드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1편과 3편을 뛰어넘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리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를 통틀어 진정한 악당으로 평가 받고 있는 조커가 등장하는 편이기도 하며,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배트팟(Bat-pod)이 등장하여 메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엔지니어링적인 관점에서는 깔끔한 리-레코딩 퀄러티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영화의 흐름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독특한 사운드 디자인이 추가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극한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음악 없는 8분의 임펙트

    하비 덴트가 자신을 배트맨이라고 속이고 수감되어 자동차로 호송되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터널 안에서 조커가 호송차를 향해 총을 쏘고 RPG-7을 날립니다. 자동차 몇대가 파손되고 위기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때 배트텀블러가 등장하여 포를 대신 맞아 줍니다. 대파되어 버린 배트텀블러 안에서 배트팟이 그야말로 멋있게 뛰쳐 나오고 터널과 건물 안을 광란의 질주를 하며 쫒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조커의 트레일러와 격돌하게 됩니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 및 폭파 신부터 배트팟 최초 사출에 이은 조커의 트레일러를 쓰러뜨리는 장면까지 하나 하나 명장면의 연속이지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이러한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번째 볼때야 비로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스코어 음악이 어디갔지?

    그렇습니다. 8분여동안의 추격신동안 음악은 단 20초만 나옵니다. 배트팟이 ‘굿바이’라는 맨트와 함께 멋있게 뛰쳐나오는 초반 20초만 스코어 음악이 나옵니다. 그 음악 마저도 백미러에 부딪힌 배트팟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음소거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사운드 이펙트들 뿐입니다. 그중에서도 앰비언스는 최소화 되었고 오로지 자동차 엔진음과 총소리, 간간히 나오는 대화 소리가 전부입니다. 특히 시퀀스 중후반으로 갈 수록 배트텀블러와 배트팟의 엔진소리가 압도적으로 해드룸을 장악합니다.

    이러한 자동차 추격신, 총격신, 긴장감이 감도는 대결구도에서 의례적으로 어쩌면 ‘당연히’ 음악이 들어가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할 것입니다. 늘상 이러한 장면들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함께 했던 모종의 관습적인 기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보기좋게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립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눈치 채지 못할정도의 퀄러티로 말이지요. 실로 대단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헐리웃 영화를 보더라도 스코어 음악이 상당히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부터 과격한 액션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의 스코어 음악이 사용됩니다. 멀리볼 것도 없이 다크나이트 안에서만 보더라도 음악이 없는 신이 두신이상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본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다시 한번 블루레이 버전을 확인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상으로도 음악이 없는 시간이 5분 이상 이어진 경우는 이번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왜 스코어 음악을 제외하고 구성했는지에 대한 인터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만, 유추해보면 사운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만 한 욕심이 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초반 터널신에서는 트럭 엔진음으로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후에 벌어지는 총격신으로 영상을 이끌어갑니다. 이미 이 두가지 소스만으로도 해드룸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배트텀블러가 등장한 이후는 특유의 다양한 피치의 조화로 이루어진 힘있는 엔진 소리로 더욱 소리를 가득 채울 수 있게됩니다. 스코어 음악이 줄 수 있는 긴장감을 엔진소리가 모두 대신 해결해주고 있지요.

    배트팟이 등장한 이후에는 20초정도 음악이 나왔다가 깔끔하고 박력있는 엔진소리가 귀를 감쌉니다. 터널 및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의 공간감이 주는 잔향효과가 베리에이션을 주며 지루함을 달래주고, 서서히 증가하는 엔진음의 피치로 인하여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가 하면 방향을 회전할때에는 독특한 버추얼 이펙트로 소리에 재미를 불어넣습니다. 디자인의 백미인 트레일러가 뒤집어지는 장면과 배트팟이 벽으로 올라서서 턴을 하는 장면은 완벽한 사일런스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임펙트를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테크닉은 후반에 한번 더 쓰입니다. 병원 폭파신인데요. 조커가 병원밖으로 나오면서 스위치를 눌러 건물을 폭파시키는 장면에서 역시 음악이 쓰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병원에서의 정적과 끔찍한 폭파음은 매우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관객의 뇌리에 깊이 파고듭니다. 이러한 장치는 음악이 이어주는 선형적인 신의 분위기 메이킹과 또 다른 매력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안겨주게 됩니다.

    이렇듯 잘 되어있는 사운드 디자인은 음악을 대신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수도 있다는 점을 본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악기가 많이 들어가고 소리가 풍성하게 들어가야만 좋은 음악이 아니듯이 스템이 많이 들어가고 소리가 꽉꽉 들어차야만 좋은 사운드 디자인은 아닌 것이지요.

    피치업 라인(Pitch up Line)과 사일런스 비트(Silence Beat)의 활용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피치업 라인은 단음의 1~3가지 트릴 느낌의 악기를 피치를 점차 올리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점차적으로 높이는 신에 즐겨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장 연설 때 총격전 바로 이전까지 시퀀스와 조커의 트레일러와 배트팟이 마주보고 가속하는 장면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는 마치 배트팟이 가속하면서 내는 엔진음과도 성격이 유사합니다. 서서히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특정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준비단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배트팟 가속 장면에서 스코어 음악이 사용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또 다른 테크닉으로 사일런스 비트가 있습니다. 주로 긴장감있는 사건의 발단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휴지부에 쓰였던 방법으로, 메인 스코어 음악이 흐르다가 신이 잠시 넘어가는 경우나 중요한 대사가 들어가는 경우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 스코어 부분의 비트만 남기고 대부분을 제외시켜 믹싱을 하는 방법입니다. 메인 스코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과하고 음악이 없는 경우 관객의 집중력과 영상의 흐름을 놓칠 수 있는 경우에 활용된 방식 같습니다. 조직의 모임에 등장하는 조커가 나오는 장면에서 이미 대사가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사만으로는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없기에 영상 내내 사일런스 비트가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앰비언스를 통한 분위기 조성

    음악이 많이 깔리는 영화의 특성상 앰비언스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조커의 등장 이후 경찰청 옥상에서 하비 덴트와 배트맨 그리고 제임스 고든이 대화를 나누는 신입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그에 따른 긴장감을 느껴야하는 부분인데 사일런스 비트를 사용하기에도 그 긴장감의 크기가 크기 않은 부분이죠. 이런 부분을 앰비언스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유심히 들어보면 고담시티의 밤 앰비언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이랜 소리가 이번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철이 지나가면서 들릴법한 마찰음인데 굉장히 고주파의 마찰음이 20여초 이상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일 동시녹음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들어간 소음이었다면 대사가 맞물릴정도로 크게 들렸어야 정상이지만 카메라가 360도 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저렇게 깨끗한 보이스를 녹음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99%의 확률로 ADR재녹음인 상황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노이즈가 들어있는 앰비언스를 사용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디테일이 은연중에 관객들에게 소정의 정서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번 분석은 전반적으로 음악의 부재에 대한 관습을 깬 부분에 특히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엔지니어링적으로 훌륭한 레퍼런스이지만 이는 사실 글로 표현될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직접 들어보고 느껴야하는 부분임이 분명합니다. 본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의 전반적인 느낌은 훌륭한 엔지니어링을 기초공사라 한다면 탄탄한 기초공사 위에 단단하고 화려하게 자리잡은 멋진 조각상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된 리뷰이지만 공감되시는 부분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울러 사운드 디자인을 위해 창의력이 발휘되어야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관련 영상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해당 시퀀스 영상과 배트팟 제작영상입니다. 배트팟 영상 후반에는 사운드 디자인에 관한 메이킹도 잠시 등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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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2. 9. 15:49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해서는 게임이나 게임사운드 관련 종사자에게 레퍼런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잘 만든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사운드 디자인에 관해서는 항상 대규모 패치 이전에 제공되는 티저영상이 지망생들의 학습 교본이 될 정도로 그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명성에 비하여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사운드디자인 관련 글들은 생각보다 그 양이 적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에 이미 공개되어 있는 관련 글들을 조금 모아봤습니다.

    운다스타의 보이스 디자인

    블리저드는 와우 홈페이지 블로그 영문 페이지에 운다스타의 보이스 디자인에 관한 노하우를 일부 공개했습니다. 운다스타의 보이스를 연기한 ‘액터’와 ‘곰’의 포효 소리, ‘호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합쳐서 최종 사운드를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사실상 액터의 연기가 너무도 수준급이기에 곰과 호랑이의 소리가 거의 서브로 느껴질 정도입니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사운드 디자이너들에게도 시도해볼만한 훌륭한 노하우입니다. 아래는 소리를 들어보실 수 있는 동영상입니다. 

    아울러 인터뷰를 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사운드 슈퍼바이저 마이크 존슨과 사운드 프로듀서 재이 맥과이어와 인터뷰의 내용도 있습니다. 인터뷰 정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전담하는 풀타임 사운드 디자이너는 총 5명이다. (마이크 존슨, 재이 맥과이어, 크리스 코와스키, 에릭 레블랑크, 피터 스타인바흐)
    • 판다리아 사운드 녹음을 위해 필드로 나가는 경우는 불행히도 충분히 많지 않았다. (모구, 공룡, 샤 같은 상상의 크리쳐 떄문)
    • 판다리아에서는 수도사에 관련한 Foley 작업이 상당수를 차지하였다. Whoosh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물체를 로프의 끝에 달아 풀스피드로 휘둘렀다고 한다.
    • 다양한 야채 (당근, 양배추 등)를 부수는 소리를 녹음하여 수도사, 크리쳐 행동, 농사 짓기, 보상품 등의 소리에 활용하였다.

    판다리아의 안개 음악: 오디오 디렉터 러셀 브라우어와의 인터뷰

    와우 한국 공식 홈에 올라온 글입니다. 오디오 디렉터 러셀 브러우어와의 인터뷰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우 뿐만 아니라 블리저드 게임 전반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나누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이튠즈에서 구입할 수 있는 블리저드의 게임음악들을 모아 놓은 페이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스타크래프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아주 전략적이면서도 게임 플레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면이 있어서 음악이 방해하면 안 되겠더군요. 지도에 나오는 음악은 정말 더 침착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게임 동영상이 나올 때죠...(중략)...음악의 역할은, 특히 WoW에서는 영화 음악의 역할에 가깝습니다. 음악이 아니라면 수많은 단어로 묘사해야 할 것들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거죠. 책을 읽을 때는 독자가 등장인물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그건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죠. 게임 캐릭터가 말을 그렇게 많이 하면, 우리는 그걸 전부 번역해야만 하잖아요....

    불타는 성전의 사운드 이펙트, 보이스 액팅, 음악

    불타는 성전의 동영상입니다. 와우의 사운드 디자인에 대해서 비교적 깊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그래픽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끼실 수도 있을것 같네요. :)

    Burning Crusade Behind The Scenes - Sound Effects

     

    Burning Crusade Behind The Scenes - Voices

    Burning Crusade Behind The Scenes -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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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이즈로스트(All is Lost)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2. 3. 14:59

    대사가 없지만 소리로 꽉 찬 영화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는 한 노인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홀로 남은 인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처럼 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사가 없습니다. 간간히 쓰이는 나래이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다이얼로그는 호흡과 감탄사가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대사가 없어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바다와 노인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사운드에는 극적인 묘사와 주관적 해석을 통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몰입감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관객들을 주인공이 듣게되는 소리를 그의 시점에서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는 철저히 주인공의 관점에서 걸러진 주관적인 소리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복 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관객을 우주복 안으로 집어넣었다면, 올 이즈 로스트에서는 폭풍우 치는 인도양 한 가운데 요트 속으로 관객을 몰아 넣습니다.

    사막이라는 컨셉을 담은 바다의 소리

    바다에는 상당히 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리를 영화에 담는다면 그저그런 다큐멘터리 사운드로 끝났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올 이즈 로스트의 바다 소리는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소리들은 모두 포스트프로덕션 단계에서 새롭게 녹음하고 디자인한 소리입니다. 망망 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적막한 바다의 소리에서 부터 폭풍우치는 거세게 요동치는 요트에 부딪히는 파도의 출렁이는 소리까지 세련된 느낌으로 정돈 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사운드 슈퍼바이저 스티브 보에드데커(Steve Boeddeker)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서부 영화의 스토리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카우보이 대신 베테랑 선원 노인을, 말 대신 동료인 요트를, 사막 대신 인도양 바다를 떠올렸죠. 이러한 메타포는 우리가 어떻게 사운드 디자인을 해야할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바다 소리를 디자인 하는데 사막을 상상했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 카우보이라니! 이는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디자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죠 사실상 망망 대해를 표류하는 것과 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사막을 해매고 있는 상황은 유사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두 상황 모두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과 홀로 정처 없이 방황하는 외로움,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상황이기 떄문이죠. 하지만 단지 이러한 상황적인 공통점으로의 메타포가 아닌 주인공이 대처하는 자체에서 단순한 표류자가 아닌 카우보이의 늠름한 기상과 용기로 말끔히 포장시켜버린 셈입니다. 일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베테랑 선원과 사막을 말로 달리는 카우보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컨셉이죠.

    The Sound of All is Lost

    사운드 웍스 콜렉션에서 제작한 올 이즈 로스트의 사운드 디자인 영상입니다. 트랙의 일부분도 공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봐둘만 한 내용인 듯 합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참조 

    UBY Good Sound & Music

    파파 상그레 2(Papa Sangre 2)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1. 25. 15:28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으로 시종일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누워있는 한 남자와 그 귀에 꽂아져 있는 하얀색 이어폰, 그리고 ‘당신은 죽었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격정적인 영상들이 섬광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의 귀를 위한 게임'이란 자막이 나오면서 '당신의 공포가 동력입니다.’라는 섬뜩한 말도 남기지요. 바로 2013년 10월 31일에 출시한 파파 상그레2의 오피셜 트레일러 영상이었습니다. 이 영상 하나로 $4.99의 구매 버튼을 저도 모르게 누르게 된 것은 두말 할 것 없습니다.

    파파 상그레 2

    파파 상그레 1을 기억 하시는 분들이라면 소리만으로도 게임 진행이 가능한 독특한 구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화면에는 발 모양의 버튼 두개와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원판의 일부가 그 전부입니다. 플레이어는 어두운 공간에 갖히게 되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사랑하는 이를 구출하고 파파 상그레를 탈출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언듯 보기엔 이러한 설정을 소리만으로 어떻게 ‘게임 플레이’할 수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소리에 민감해지고 3D 사운드 엔진인 파파엔진이 만들어내는 공간감 덕분에 실내의 지도가 머리로 그려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소리가 주는 공포감과 몰입감은 오히려 눈이 보일 때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편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설정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가 생겼죠. 그것은 바로 아이폰4 부터 지원된 자이로스코프가 파파엔진에 적용이 된 것입니다. 이게 어떤 것을 의미 하냐구요? 일단 1편에서 방향전환을 하기 위해선 화면 상단의 원판을 터치드래그 하는 방식으로 회전이 되었었죠. 하지만 2편에서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기만 하면 됩니다. 작은 기능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1편이 주는 몰입감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합니다. 또한 조작도 1편보다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오죽하면 1편을 다시 플레이 하라고 하면 불편할 정도니까요. (ps.잡스형님이 살아 계실때 이 게임을 보셨으면 너무 좋아하셨겠네요…)

    사운드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다

    기술적인 면만 뛰어나다고 해서 게임이 재미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럼 과연 파파 상그레는 어디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을까요?이들은 의외로 정통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각 스테이지에서 목표가 되는 음악 코드나, 멜로디, 효과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스테이지에서 해당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줍니다. 설정상 스테이지에서 획득하는 하나하나의 소리는 주인공의 추억과 관련되어 있는 소리이고 음악적으로 아름다우며 영롱한 소리입니다. 이 소리를 획득하면 클리어가 되고 획득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단순한 목표 설정만으론 재미있는 게임 레벨디자인이 어렵겠지요. 짐승의 그르릉 거리는 소리, 날파리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등등 목표가 되는 소리와 100% 상반되는 거북한 소리를 삽입함으로서 이를 적으로 아이덴티티를 부여합니다. 그렇다면 레벨 디자인이 가능해 집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목표’를 획득하기 위해 ‘적’을 피해다니는 것이 핵심이 되겠네요. 이러한 레벨링을 위하여 본 게임에서는 출구나 적 처럼 고정적으로 학습이 필요한 사운드는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여 게임이 끝날 때까지 유지시킵니다. 실로 현재까지 시도해본 적이 없는 게임에서 게임적인 특성을 디자인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파파엔진

    파파엔진은 게임을 개발한 Sometinelse사에서 iOS 용으로 제작한 3D 사운드 엔진입니다. 현존하는 실제 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오디오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API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머리와 관련한 전송 기능 모델링 (HRTF)이라 불리우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운드의 속성을 듣는 사람의 머리 주변 공간에서 들리도록 조정하며 360도 모든방향 심지어 뒤에서 들리는 느낌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다음의 데모 영상을 보시면 어느정도의 퀄러티를 낼 수 있는 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실시간으로 속성 조정이 가능한 리버브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직도 본 엔진은 게속 개발중이며 새로 개발될 게임에 개선되는 버전의 엔진을 계속 탑제할 생각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다운로드

    [Apple Appstore] 파파 상그레 2 ($4.99)


    참조


    UBY Good Sound & Music

    그래비티(Gravity)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1. 20. 22:15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는 글렌 프리맨틀(Glenn Freemantle)이 사운드 슈퍼바이저를 담당한 영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013년을 뜨겁게 달군 영화중의 한편이자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이지요. 지금부터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의 특징과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환상적인 다이얼로그 패닝

    일반적으로, 멀티채널 사운드 믹싱에서 너무 과도한 패닝을 사용하는 것은 사운드 디자이너 교본에서 금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의 몰입을 스크린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영화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디자인의 다양성 앞에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래비티의 사운드 슈퍼바이저 글랜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7.1채널로 이렇게 많은 패닝을 다이얼로그에 사용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항상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고(하지만 못했던 것이었고), 알폰소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비티는 무중력상태에서 위와 아래, 앞과 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우주 공간의 특성상 관객도 시각적인 정보만으로는 영화의 공간 안에서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거나, 극적인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 그들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의 서라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모든 효과음 및 대사, 심지어 음악까지 객체화 시켜 3차원 공간에 흩뿌리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그래비티라는 영화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주에서의 사운드

    우주에는 소리가 없습니다. 결국 모든 기본 물리법칙 없이 사운드를 구현 해야만합니다. 이들은 과연 소리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요? 글랜은 우주복 안의 주인공이 들을 수 있는 소리에 집중하였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내는 섬세한 마찰음이나 라디오 송신기 등의 소리를 중심으로 우주복 내의 소리를 디자인 하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무언가를 만지면 그 소리가 우주복의 콘텍트 마이크를 통해서 들리게 되고 대화를 하게 되면 좁은 우주복 안의 공기를 통해 들리게 되는 컨셉입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우주복 안에 들어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현장감을 느끼고 몰입하게되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를 적절히 뒷받쳐 주는 라디오 튜닝 이펙트와 주인공의 심장 박동, 호흡 소리 역시 우주복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공포를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리들은 카메라가 우주복 밖에 있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소리는 아니지요. 우주에서는 소리 전달이 아예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운드에는 인오더블(inaudible) 이라는 속성이 있습니다.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이란 속뜻인데, 쉽게 풀이하자면 영상과 소리가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실제 물리 법칙 (소리의 크기, 소리의 종류, 공간적 특성)안에서의 소리와는 관계없이 관객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에 '컨셉'이라는 '의도'가 깔려서 영상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은 잘된 사운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돌비 애트모스 (Dolby Atmos)

    그래비티는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마스터링 되었습니다. 돌비 애트모스는 2011년작 영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여 5.1채널 7.1채널보다 향상된 청취 경험을 제공하는 돌비의 신기술입니다. 객체지향 사운드시스템으로 멀티채널 마스터링을 하는데, 매트릭스 화면에서 3차원 큐브안에 돌아다니는 동그란 점들이 하나의 객체이며 입체음향 효과를 줄 대상을 객체로 지장하여 위치를 정보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서라운드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천정에 위치한 서라운드 스피커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5.1채널과 7.1채널과는 차원이 다른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돌비에서 인준한 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한데, 국내에서 상영 가능한 극장으로는 메가박스 코엑스 M2관, 목동 M2관, 영통 M2관, CGV 영등포 4관, 롯데시네마 서청주 6관이 있습니다. 아직 그래비티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왕이면 돌비 애트모스 마크가 붙어있는 상영관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격은 일반 상영관에 비해 조금 더 비쌉니다만 그럴만한 값어치는 있죠. 아래는 돌비 애트모스에 대한 소개영상입니다.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

    아래는 사운드웍스 콜렉션에서 제작한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에 관련된 영상입니다. 자막 없이 영문만 제공되지만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봐두면 좋은 영상입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참조

    UBY Good Sound & Music

    파서블 메트릭스(Possible Metrics)의 비주얼 아트 (영상)

    2013. 11. 18. 20:47

    평소 vimeo에 상주하며 독특한 영상들를 찾아 Like 버튼을 누르고 활보하던 시절 흔적들을 다시 더듬어보니 그때 기억에 많이 남아 있었던 한 비주얼 사운드 메이킹 그룹이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 했더군요. 바로 파서블 메트릭스 (Possible Metrics) 입니다. 이미 4개월이나 지나 있었으니, 한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내왔었나 봅니다. 다시 감상해보니 역시나 명불허전, 이들은 4년전의 뛰어난 비주얼 아트의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린 최고의 퀄러티를 보여주더군요.

    파서블 메트릭스

    파서블 메트릭스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독립제작사입니다. 주로 음악중심의 단편영상 및 상호작용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수상 및 상영 경력도 화려합니다. 토론토의 TIFF, 오스틴의 SXSW, 독일의 Kasseler and FilmFest Dresden 등등 모두 다 언급하진 못했지만 많은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제작사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소개가 너무 길어졌네요. 거두절미하고 감상 해보실께요 ^^

    Sonar

    Gravity

    Combustion

    The Clockmakers

    Moon


    링크
  • 파서블 메트릭스 홈페이지 

  • UBY Good Sound &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