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Gravity)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1. 20. 22:15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는 글렌 프리맨틀(Glenn Freemantle)이 사운드 슈퍼바이저를 담당한 영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013년을 뜨겁게 달군 영화중의 한편이자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이지요. 지금부터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의 특징과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환상적인 다이얼로그 패닝

일반적으로, 멀티채널 사운드 믹싱에서 너무 과도한 패닝을 사용하는 것은 사운드 디자이너 교본에서 금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의 몰입을 스크린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영화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디자인의 다양성 앞에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래비티의 사운드 슈퍼바이저 글랜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7.1채널로 이렇게 많은 패닝을 다이얼로그에 사용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항상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고(하지만 못했던 것이었고), 알폰소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비티는 무중력상태에서 위와 아래, 앞과 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우주 공간의 특성상 관객도 시각적인 정보만으로는 영화의 공간 안에서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거나, 극적인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 그들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의 서라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모든 효과음 및 대사, 심지어 음악까지 객체화 시켜 3차원 공간에 흩뿌리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그래비티라는 영화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주에서의 사운드

우주에는 소리가 없습니다. 결국 모든 기본 물리법칙 없이 사운드를 구현 해야만합니다. 이들은 과연 소리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요? 글랜은 우주복 안의 주인공이 들을 수 있는 소리에 집중하였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내는 섬세한 마찰음이나 라디오 송신기 등의 소리를 중심으로 우주복 내의 소리를 디자인 하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무언가를 만지면 그 소리가 우주복의 콘텍트 마이크를 통해서 들리게 되고 대화를 하게 되면 좁은 우주복 안의 공기를 통해 들리게 되는 컨셉입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우주복 안에 들어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현장감을 느끼고 몰입하게되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를 적절히 뒷받쳐 주는 라디오 튜닝 이펙트와 주인공의 심장 박동, 호흡 소리 역시 우주복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공포를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리들은 카메라가 우주복 밖에 있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소리는 아니지요. 우주에서는 소리 전달이 아예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운드에는 인오더블(inaudible) 이라는 속성이 있습니다.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이란 속뜻인데, 쉽게 풀이하자면 영상과 소리가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실제 물리 법칙 (소리의 크기, 소리의 종류, 공간적 특성)안에서의 소리와는 관계없이 관객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에 '컨셉'이라는 '의도'가 깔려서 영상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은 잘된 사운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돌비 애트모스 (Dolby Atmos)

그래비티는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마스터링 되었습니다. 돌비 애트모스는 2011년작 영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여 5.1채널 7.1채널보다 향상된 청취 경험을 제공하는 돌비의 신기술입니다. 객체지향 사운드시스템으로 멀티채널 마스터링을 하는데, 매트릭스 화면에서 3차원 큐브안에 돌아다니는 동그란 점들이 하나의 객체이며 입체음향 효과를 줄 대상을 객체로 지장하여 위치를 정보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서라운드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천정에 위치한 서라운드 스피커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5.1채널과 7.1채널과는 차원이 다른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돌비에서 인준한 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한데, 국내에서 상영 가능한 극장으로는 메가박스 코엑스 M2관, 목동 M2관, 영통 M2관, CGV 영등포 4관, 롯데시네마 서청주 6관이 있습니다. 아직 그래비티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왕이면 돌비 애트모스 마크가 붙어있는 상영관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격은 일반 상영관에 비해 조금 더 비쌉니다만 그럴만한 값어치는 있죠. 아래는 돌비 애트모스에 대한 소개영상입니다.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

아래는 사운드웍스 콜렉션에서 제작한 그래비티의 사운드 디자인에 관련된 영상입니다. 자막 없이 영문만 제공되지만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봐두면 좋은 영상입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참조

UBY Good Sound &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