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이즈로스트(All is Lost)의 사운드 디자인

2013. 12. 3. 14:59

대사가 없지만 소리로 꽉 찬 영화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는 한 노인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홀로 남은 인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처럼 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사가 없습니다. 간간히 쓰이는 나래이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다이얼로그는 호흡과 감탄사가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대사가 없어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바다와 노인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사운드에는 극적인 묘사와 주관적 해석을 통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몰입감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관객들을 주인공이 듣게되는 소리를 그의 시점에서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는 철저히 주인공의 관점에서 걸러진 주관적인 소리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복 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관객을 우주복 안으로 집어넣었다면, 올 이즈 로스트에서는 폭풍우 치는 인도양 한 가운데 요트 속으로 관객을 몰아 넣습니다.

사막이라는 컨셉을 담은 바다의 소리

바다에는 상당히 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리를 영화에 담는다면 그저그런 다큐멘터리 사운드로 끝났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올 이즈 로스트의 바다 소리는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소리들은 모두 포스트프로덕션 단계에서 새롭게 녹음하고 디자인한 소리입니다. 망망 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적막한 바다의 소리에서 부터 폭풍우치는 거세게 요동치는 요트에 부딪히는 파도의 출렁이는 소리까지 세련된 느낌으로 정돈 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사운드 슈퍼바이저 스티브 보에드데커(Steve Boeddeker)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서부 영화의 스토리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카우보이 대신 베테랑 선원 노인을, 말 대신 동료인 요트를, 사막 대신 인도양 바다를 떠올렸죠. 이러한 메타포는 우리가 어떻게 사운드 디자인을 해야할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바다 소리를 디자인 하는데 사막을 상상했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 카우보이라니! 이는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디자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죠 사실상 망망 대해를 표류하는 것과 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사막을 해매고 있는 상황은 유사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두 상황 모두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과 홀로 정처 없이 방황하는 외로움,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상황이기 떄문이죠. 하지만 단지 이러한 상황적인 공통점으로의 메타포가 아닌 주인공이 대처하는 자체에서 단순한 표류자가 아닌 카우보이의 늠름한 기상과 용기로 말끔히 포장시켜버린 셈입니다. 일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베테랑 선원과 사막을 말로 달리는 카우보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컨셉이죠.

The Sound of All is Lost

사운드 웍스 콜렉션에서 제작한 올 이즈 로스트의 사운드 디자인 영상입니다. 트랙의 일부분도 공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봐둘만 한 내용인 듯 합니다.


사운드 스튜디오
참조 

UBY Good Sound & Music